티스토리 뷰

복학생의 슬픈 짝사랑 이야기

셰란 2018. 12. 3. 10:43


나는 23살이고 올해 3월에 대학교 복학한 남자야.

진지하게 내 썰 좀 풀어보려해.

일단, 나는 와고인들과 마찬가지로 모쏠이야 ㅎㅎ....

물론 실패담까지 꽤나 보유 중이야 총 4번의 실패를 겪었고,

지금 내가 하려는 얘기는 실패담은 아니지만 이것까지 치면 5번의 실패 경험이 있어.


첫 번째는 1학년 때 한 살 많은 누나한테 맨날 카톡 먼저 날리면서 집적대고,

방학 때 그 누나 보러 서울 갔다 창원 갔다 KTX 비용만 18만원 쓰고 원정가서 고백하고 까였어


두 번째는 군대 있을 때 학교 놀러갔다가 만난 과 여자애였는데,

휴가 때마다 나와서 만나면서 썸 타다가 내가 병신같이 질질 끌어서 결국 걔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어.


세 번째는 두 번째 여자애랑 연락 끊기고 군생활 1년 정도 남았었는데, 우리 부대에 여자 하사가 하나 있었어.

내가 부대 정문 위병소에서 일해서 출퇴근 때마다 마주쳤는데 혼자 끙끙 앓다가

전역때 페북으로 연락했다 씹혔고 ㅎㅎ 지금 생각해도 쪽팔리네


네 번째는 복학하고 역시 또 껄떡대다가 보기 좋게 까였어.

여기까지만 읽으면 참 병신이 따로 없어. 뭐 발정난 것마냥 여기저기 들쑤시기나 하고 말이야.


맞아, 참 외로웠던 것 같다.

왜냐면, 난 키도 작고 얼굴도 존못이고 몸도 씹멸치였어. 초등학교 다닐때부터

그런데 학교라는 곳은, 친구를 못 사귀면 바로 왕따로 전락해버리고 평생 놀림받을 공간이더라.

입학 하자마자 느꼈어.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친구를 만들려고 늘 긴장하고 살았어.

다행히 나는 대인 관계 기술이 괜찮았는지 매 학년 시작할 때마다 친구 만드는 데에 성공했어.

무슨 운이 따랐는지 심지어 재밌는 애라는 소리도 듣고 살았어.

반에서 깔짝대면서 헛소리 하는 쪼그만 애들 있지? 딱 그런 캐릭터였어.

이런 생활이 초 중 고 내내 이어졌고, 정말 내 학창시절은 승승장구였어.

한 번도 친구 사귀는 데에 실패해본 적이 없었거든

심지어 고2,고3 때는 반장도 도맡아했지. 이 행보는 대학교 가서도 이어졌어.

나는 못 생겨도 꽤 재밌는 애로 통해서 사람 사귀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어.

그런데 군대를 들어가게 되고, 무료한 생활이 1년쯤 넘어갈 때 였어.

나는 공군이라 휴가를 자주 나왔는데, 어느 날 집에와서 TV를 보는데 문득 깨달은 게 있었어.


왜 나는 연락하고 싶은 친구가 없는거지?

정말 충격적이었어. 난 살면서 친구가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거든.

그런데 막상 사회랑 연락이 끊기고 친구들 몇 개월 안보니까 아무한테도 연락하고 싶지가 않더라.

정말 막역했던 고3 때 독서실 친구들도 전혀 생각나지 않았어.

누구랑도 만나고 싶지가 않았어.

그렇게 학교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썼는데, 정신 차려보니 남는게 아무것도 없었어.

그걸 깨달은 순간 남은 군 생활은 말 그대로 나락이었어.

2번째 여자애와의 실패도 이때쯤이라, 부대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책만 읽었던거 같아.

거의 사람들이랑 대화를 피했어.

그러다가 전역을 하고 복학을 했어. 불행하게도 난 전역하고 1주일만에 복학했고,

복학도 나 혼자 했어. 2학년으로

대학 동기가 몽땅 다 나보다 늦게 군대를 갔거든 ㅎㅎ....

인간 관계에 엄청난 회의감을 느끼고 혼자 복학을 했는데, 진짜 처음 한 달이 너무 괴로웠어.

학교 다닐 땐 빵빵 터지던 내 농담도 이제 시큰둥한 반응만 불러 일으키고,

나에게 먼저 다가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었어.

그저 나이많고 못생긴 땅딸보 선배에 불과했고, 게다가 재미까지 없어진거지.

말도 어버버 거리고..

그래서 난 매일 도서관에 박혀 살았어.

하루에 10마디도 안 했던 거 같아 지금 기억으론.

하루에 도서관에서 최소 7시간은 박혀 있었고. 덕분에 학점은 기가 막히게 나왔지만,

난 내 인생이 기가 막혔어. 이딴 것도 삶이라고 살고 있다는 게.

정말 외로웠어.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나락까지 떨어져야 하는거지?

친구 좀 사귀고 싶었던 게 잘못인가? 이해할 수가 없었어.

그만큼 외로웠기 때문일까. 난 그 와중에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어.

5번째 실패를 앞둔 여자 애지.

하지만 난 그 땐 어두칙칙하고 우울증 초기 증세의 복학생에 불과했기 때문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 생각을했지. 다음 학기 때 내 예전 대학 친구들이 돌아오면, 그 땐 정말 달라질거라고.

사람도 만나고, 여자도 만나고, 행사도 참여하고, 나도 예전처럼 살고 싶었거든.

그렇게 달라지면, 나도 연애란 걸 하고 사랑도 받아볼 거라고 다짐했어.

그리고 내 친구들이 이번 학기에 돌아왔어. 정말 기뻤어.

기쁜만큼 내 계획대로 대학생활이 풀리기 시작했고,

이젠 사람들에서 말도 잘하고 가끔씩 웃기기도 해.

슬슬 누군가는 선배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 되게 말 잘하시고 재밌으시다 라는걸 칭찬도 해줘.

고등학교 다닐 때 만큼은 아니지만 슬슬 내가 돌아오고 있다는 걸 느껴.

그럼 이제 좋아하던 여자애와도 잘 될 수 있을까?

그러나 모든게 뜻대로 되진 않았어.

나는 대학교에서 평생 갈 친구라고 믿고 지낸 놈이 딱 2명있어. 이번 학기에 복학했지.

그 중 한 명이, 내가 전학기 내내 좋아했던 여자 애를 맘에 두기 시작했어.

어느 날 술자리에서 말하더라고. 걔랑 잘 되고 싶다고.

난 그 때 아무 말도 안했어. 왜냐면, 그 말을 듣는 순간 친구가 잘 되는걸 보고 싶었거든.


예전부터 그런 마인드였어. 당연히 여자보단 친구지. 친구는 평생 가니까.

그런 줄 알았는데, 하루 하루 친구가 먼저 여자애에게 다가가고, 서로 연락하고,

친구가 행복해하는 모습이 증오스러웠어.

너네만 기다렸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나한테 또 시련을 주려고 돌아온건가.

머리로만 친구가 소중하다고 지껄이고 있었던거야.

친구가 여자애랑 행복한 상상하면서 즐거워할 때마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줄 알았어.

그리고 어제, 그 여자애의 생일이었어.

나는 그저 갑자기 성격 바뀐 재밌는 선배였는데,

내 친구는 밤 12시 넘어 생일이 되자마자 그 여자애를 기숙사 밖으로 불러냈어.

케이크를 주고, 몰래 쓴 편지도 주고, 서로 1시간 가까이 얘기를 주고 받았다고 했어.

방에 돌아와서 나한테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세상이 증오스러웠어.


씨발. 내가 뭘 잘못했는데.

친구 좀 사귀고 싶어서 발악했고, 그게 다 부질없어서 방황했던게 뭐가 그렇게 죄라고.

연애 할 줄 모르는게 뭐가 그렇게 죄라고 너무 화가 나면서도,

이 감정 때문에 친구를 잃을까봐 아무한테도 고민을 털어놓을 수 가 없어.

그리고 친구는, 이제 여자애와 방금까지도 카톡하면서,

언제 고백하면 좋냐고 나한테 너스레를 떨고 있어.

난 진짜 그냥 열심히 해보려고 했던 것 뿐인데.. 친구 좀 사귀어보고 싶었고,

연애도 용기내서 다가가면 될 줄 알았는데

왜 실패만을 거듭하고, 실패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혹시라도 이 긴 얘기를 읽어준 사람이 있다면 감사를 표할게.

필력도 후달리고 그래서 뭔 상황인지 이해 안 되는 부분도 많았을텐데....

읽는 사람 중 혹시 나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적어도 혼자는 아니라고는 말해주고 싶다.

나는 계속 고민해볼게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